[알면 the 이로운 금융] 33. 은행이 파산해도 내 예금은 5000만원까지 보호받는 이유

2021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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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연대신협’ 인가 신청을 준비하면서,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관점에서 새로 진입하고자 하는 금융기관을 어떻게 바라볼지 추측해 보곤 한다. 예금자들은 높은 금리를 주는 시중은행, 저축은행, 신협 등을 찾아 돌아다닌다. 유튜브를 통해 재테크 정보가 빠르게 유통되고, 고도화된 IT기술로 맞춤형 정보가 제공되는 요즘 같은 시기엔 금리에 따라 자금이 빠르게 움직인다. 예금자는 은행이 망해도 맡긴 돈이 5000만원까지 보호되므로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에는 둔감한 편이다.

그런데 위험관리를 못 하는 은행이 예금 금리를 높여 예금을 빠르게 늘린다고 해보자. 매일 쌓여가는 높은 금리를 부담하기 위해 비슷한 속도로 대출을 늘려 수익(예대마진)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매력적인 투자처를 발굴하고, 다양한 위험을 심사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을 집행하는데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 부실이 발생하면 손실이 크기 때문에 마냥 적극적으로 늘릴 순 없다. 즉,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없다면 무분별한 예금 증대는 독이 될 수 있어 모든 은행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높이진 않는다. 그렇다 보니 신규 진입하는 금융기관이 수신을 늘려 빠르게 안정화하겠다고 한다면 금융감독당국은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여하튼 금융기관의 경영부실로 금융회사가 지급불능 또는 유동성 부족이 발생하는 경우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부실화된 금융기관은 해당 기관의 파산에 그치지 않고 다른 금융기관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상호저축은행 PF부실화로 인한 영업정지 사태 등을 경험했고, 부실한 저축은행을 또 다른 금융기관들이 인수했다. 필자가 몸담았던 우리금융그룹에도 우리저축은행이라는 새 식구가 생겼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나라는 예금인출사태(뱅크런)에 따른 금융기관의 연쇄 파산을 방지하고 소액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예금자보호법을 제정해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고객들의 예금을 보호하고 있다. 다만, 모든 금융상품이 보호 대상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저축성 예금이 아닌 금융투자상품(수익증권, MMF 등), 환매조건부 채권, 주택청약저축, 실적배당형 상품, 변액보험 등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호 대상 금융회사는 은행, 보험회사, 투자매매업자·투자중개업자, 상호저축은행 등인데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7년 IMF 사태 이후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0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예금 전액을 보장했던 적이 있지만, 2001년부터는 예금부분보호제도로 전환되면서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해 1인당 최고 5000만원(세전)까지 보호받는다.

예금을 전액 보호하면 예금자들이 금융회사의 건전성은 살피지 않고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곳에 예금할 것이고, 일부 금융회사들은 안정성보다는 고수익·고위험의 불건전한 경영행태를 추구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20년간 유지해 온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늘리자는 개정안도 나왔지만 예금보호한도를 올리면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신협 등 제2 금융권에 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보니 여러 우려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지도 못했다.

지역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도 1인당 최고 5000만원까지 예금(출자금 제외)을 보호하고 있다. 다만, 상호금융회사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보증하는 건 아니고, 중앙회(연합회)별로 따로 있는 법령과 자체기금에 의해 보호된다. 예를 들어 신협중앙회는 신협법 제80조의2에 의거 별도의 예금자보호기금을 조성했는데, 이 금액이 2021년 6월 말 기준 1조 6620억원에 달한다. 870개 이상의 단위 조합들이 십시일반 한 돈으로 신협 조합원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이한 점은 단위 조합별로 한도 5000만원씩 따로 적용받는다는 거다. 이는 단위 조합들이 하나의 회사로 묶이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법인체라서다.

신협은 공동유대로 인해 불특정 다수에게 규제 없이 자금을 조달하지 않지만, 비조합원에 대한 예금을 허용하고 있다. IT기술의 발달로 기존 신협들은 타 예금수취기관과 차별성이 없다는 평도 있지만, 은행 신용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계층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협동조합이 갖는 특성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 특히, 신협만의 특수성에 부합하는 예금보험제도가 설계돼 신협의 금융시스템이 금융당국에 신뢰를 줄 수 있다면 신규 신협 인가가 좀 더 수월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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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넷=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 sjlee@ksifina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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