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알면 the 이로운 금융] 21.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적 금융

출처: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20349

이상진 대표이사 이로운넷 기고, 2020.09.25

[알면 the 이로운 금융] 21.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적 금융

며칠 전 영국의 사이먼 보킨(Simon Borkin)과 ‘플랫폼 협동조합의 가치와 자본조달 전략’이란 주제로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책 ’플랫폼 협동조합-자본이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까’ (Platform co-operatives- solving the capital conundrum)‘의 저자다. 코로나19로 택배기사·가사노동자·대리운전자 등 플랫폼 노동자의 고충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터라 플랫폼 협동조합이 어떤 대안이 될지 궁금했다. 아울러 사회적 금융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 논의에 앞서 간단한 배경지식을 정리해 본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플랫폼 노동자 수>


플랫폼협동조합은 플랫폼노동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지 출처=플랫폼 협동조합 운동 컨소시엄

플랫폼 노동자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타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자를 말하며, 디지털 기술은 노동을 시간 단위로 분할하면서 많은 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산한다. 작년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세계 취업인구 5% 안팎이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고 본다. 국내에도 배달대행·대리운전·가사노동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 전체 취업자 수의 1.7~2%로 추정한다. 작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리운전·퀵서비스·음식배달·가사노동·프리랜서 등 플랫폼 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은 152만7000원으로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

배민·요기요·쿠팡 등 플랫폼 기업에 높은 사회적 책임, 사회 환원을 강요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가 직면한 문제가 사회적인 갈등으로 커지는 것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다행히 정부 차원에서 이들의 사회안전망에 대해 연구와 논의를 진행하는 듯한데, 사회적경제 내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현장의 움직임에 눈이 간다. 다양한 해법 중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플랫폼 협동조합에 대해 애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사회적 공통자본으로서 플랫폼 협동조합>

이미 <이로운넷>에서도 여러 차례 플랫폼 협동조합을 다룬 바가 있다.

<관련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이로운넷 기사로 넘어갑니다.)
– 협동조합, 플랫폼 노동자 문제 해법 될까 ①
– [신년기획Ⅳ-플랫폼경제, 길을 찾다] ③플랫폼경제 부작용, 협동조합은 이렇게 푼다
– 협동조합과 블록체인으로 ‘우버’ 뛰어넘는 ‘에바(EVA)’
– 플랫폼협동조합 투자자 없다면? 공동체주식에 주목하라!

플랫폼 협동조합은 플랫폼 이용자들이 공동으로 소유해 수익을 나눈다. 공공 고용지원 서비스에서 배제된 종사자들을 위해 교육 훈련을 위해 노력하고, 개별 노동의 고립감과 소외를 경감하려는 커뮤니티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으며, 소수가 자본을 독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플랫폼 협동조합은 공정한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의미있다.

이미 영국·독일·미국·캐나다 등에서는 플랫폼 협동조합이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사·돌봄·대리운전·IT·문화예술 프리랜서 등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라이프매직케어협동조합(가사노동자), 대리운전협동조합, CN 협동조합(문화예술 프리랜서), 한국IT개발자협동조합(IT부문 프리랜서) 등이 있다.

플랫폼 기업과 경쟁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영기반을 갖추려면 자본 문제를 필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가치와 가능성을 평가·지원해주는 금융이 없어 성장이 어렵다.

 

<공동체 주식(Community Share)을 통한 자금문제 해결>

영국은 시민들이 사회적경제조직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 자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회사법 개정을 통해 공동체 이익회사(Commuinty Interest Company)를 규정했고, 이들이 공동체 주식(Community Share)을 발행할 수 있게 했다.

공동체 주식은 현금 인출은 가능하나 매각·거래가 안 된다. 주식자본 보유량과 상관없이 1인 1표를 행사해야 하기에 민주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통제할 수 있다. 투자자는 제한된 수익(이자)만 보상을 받기에 재무적 투자자보다는 공동체의 장기적인 혜택에 집중하고자 하는 전략적 투자자가 적당하다. 영국에서도 기관투자자들이 미래에 회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사회적투자를 하게 된다고 한다. 2009년부터 350여개 이상의 지역 프로젝트에서 공동체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으며, 총 12만명의 시민이 1억 파운드(약 1천5백억 원)를 투자했다고 한다.

시민의 참여를 통해 지역자산화, 플랫폼 협동조합의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해가는 영국의 사례가 부럽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협동조합의 주식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동체 주식을 도입이 어렵다. 그렇다면 또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가?

 

<플랫폼 협동조합을 위한 사회적 금융의 역할>

에바는 2017년 창립해 작년 영업을 시작했다. 운전사 조합원 1600명, 승객 조합원 2만5천명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EVA

문득 ’에바(EVA)‘가 떠오른다. 에바는 캐나다 퀘벡에 협동조합 형태로 모빌리티 쉐어링 플랫폼을 운영한다. 경제의 탈지역화, 개인 프라이버시, 불완전 고용을 확산하는 우버 같은 플랫폼 기업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만든 일종의 플랫폼 협동조합이다. 이들은 퀘벡투자공사(IQ), 퀘벡사회투자네트워크(RISQ), 데자르뎅 등 사회연대 금융기관들로부터 좋은 조건(장기간 거치, 이자 면제, 낮은 이율 적용 등)으로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그들은 로컬 모빌리티 협동조합 글로벌 연합체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플랫폼 협동조합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금융기관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협동조합 우선출자에 대한 ‘협동조합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우선 출자도 가능해졌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자금조달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서울시는 사회투자기금 30억원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융자사업을 하며, 경기도도 내년 사업으로 검토 중이다. 올 초 경기연구원 김은경 선임연구원이 발표한 ‘플랫폼 협동조합, 공정경제의 출발’에서는 플랫폼 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해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지역 내 금융기관들과 공공이 함께 맞춤형 금융상품이나 투자기금을 만드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금융의 노력 속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받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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