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사회적기업 사회적 가치지표(SVI) 측정 사업 후기

‘좋은 일’을 판단하는 것은 가능할까

‘나는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일을 하면서, 혹은 생활 속에서 흔히 한 번씩 마주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특히 일이 그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되지 않고 삶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수록 말입니다. 하지만 ‘좋은 일’의 기준은 각자 다르고, 그로 인해 각기 다른 기준으로 스스로를 또는 서로를 평가하곤 합니다. 어떠한 이들은 사회적으로 질타 받을 만한 일들을 하면서도 좋은 일을 하고 있다 생각하고, 어떤 이들은 ‘좋은 일’의 기준이 너무 높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행의 길을 자처하기도 하는 것이 그러한 맥락입니다. 각기 다른 관점을 지닌 판단 기준이 모두에게 인정받을 만한 객관성을 지니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한다고 말하는 사회적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속에서 이들이 창출하는 가치는 어떻게,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기업이 수행하는 일, 즉 사업 전반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고자 하는 국내외 연구와 노력은 계속 있어왔습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고안한 사회적 가치지표(SVI, Social Value Index) 또한 그 중 하나입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부터 저희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실시한 사회적 가치지표(SVI) 측정 지원 사업 조사자로 참여하며 느꼈던 것들을 여러분과 나눠보려 합니다.

– 작성자 사회가치평가팀 송무근, 이상봉


사회적 가치지표(SVI)란?

‘사회적 가치지표(SVI: Social Value Index)’는 개별 기업의 사회가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지표(총 14개 항목)이며 크게 ‘사회적 성과’, ‘경제적 성과‘, ‘혁신 성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회적 성과(9개 항목)’는 기업의 미션(사회적 목적), 사업 활동, 조직 운영의 성과를 의미하고, ‘경제적 성과(4개 항목)’는 기업의 재정 성과(매출, 영업이익, 자산규모 등), ‘혁신 성과(1개 항목)’는 앞선 사회적 성과를 더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 및 결과를 의미합니다.

사회적 가치지표(SVI) 측정은 사회적경제조직이 창출하는 사회가치 수준(성과)을 정량화된 정보로 파악하고 모형화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사회적경제 생태계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며, 다양한 지원사업 선정 시 사회가치 측정 결과의 직접적인 활용 또는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사회가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원 사업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도와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 측정과정

사회적 가치지표(SVI) 측정 사업은 크게 아래와 같이 7단계에 걸쳐 진행됩니다.

저희는 지난 3달여간의 기간 동안 4, 5번에 해당하는 부분을 담당(조사)하였습니다. 사회적 가치지표를 측정하기 위해 여러 기업들에 대해 조사하고 방문 인터뷰를 진행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추구하는 사회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취약계층 근로자를 지속적으로 고용하고, 사업을 통해 사회의 여러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모습들이 처음 사회적경제를 경험하는 저에게 실제적이고 따뜻한 귀감이 되었습니다. 이어서 제가 담당한 기업들 중 일부 몇 곳의 사업 소개와 더불어 해당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했는지 계속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회적 가치지표(SVI) 측정 참여기업 소개

한국사회혁신금융에서는 전국 총 43개 기업의 사회적 가치지표를 측정하였습니다. 저는 그 중 14곳의 사회적 기업을 조사, 방문 인터뷰를 실시했고 진행하며 인상 깊었던 사회적 기업 2곳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① ㈜가온 (인증번호 : 2008-049)

충북 청주에 위치한 ㈜가온은 2001년 충북실업극복협의회 부설 가사도우미사업단으로 출발하여, 취약한 돌봄서비스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양질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서비스 분야 : 간병, 가사, 보건, 인력파견)

해당 분야 기업들은 기업이 하는 사업 활동(간병, 가사, 보건) 자체가 사회적 효용을 창출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회사 자체의 사업을 지속하고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것(매출 및 영업이익 증대, 취약계층 고용 유지 등)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합니다. 하지만 ㈜가온의 경우 매출과 고용(취약계층 포함)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온의 경우 보통 가사, 간병 직업알선 수수료에 비해 1/3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하여 직업 알선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또한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교육비, 시설투자비를 지속적으로 지출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 영업이익이 매출에 비해 낮게 확인되었습니다.

내부 근로자들의 만족이 높아지면, 서비스 수혜자들의 만족도 및 서비스 질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표님의 기업가 정신이 반영되어 회사 수익을 활용하는 측면뿐만 아니라 근로자 인식개선캠페인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근로자들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기업이었습니다.

② ㈜중원기업 (인증번호 : 2012-047)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중원기업은 1995년 정부의 생활쓰레기에 대한 수집·운반 민영화 정책에 따라 1995년 12월 29일 성남시로부터 폐기물 수집 · 운반업 허가를 받고 1996년 1월 1일 성남시청 기능직 공무원과 미화원들이 구조 조정되면서 설립된 청소, 환경, 경비 분야 사회적 기업입니다.

㈜중원기업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시민기업’ 이라는 기업형태 때문이었습니다. 시민기업이란 시민들이 주주가 돼 업체를 직접 경영하고 운영하는 기업형태로 고용자와 피고용자 구분 없이 시민이 직접 업체의 주인이 되는 형태의 기업입니다. 성남시는 공공서비스를 이러한 시민기업에게 위탁하고 있는데 시민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주주(조합원), 상시근로자의 70% 이상이 성남시민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용역 계약시 계약금의 50% 이상을 근로자 임금으로 사용해야 되기 때문에 근로자 임금수준이 평균적인 청소, 환경, 경비 사회적 기업들에 비해 약 3.5배 정도 높았습니다.

각종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는 직원들의 직접적인 의견이 자유롭게 회사 정책에 반영되고 있었고 지역사회의 근로자(시민)가 주인인 지역사회 밀착형, 민주적 회사의 모습을 띄고 있었습니다.

㈜중원기업의 사회적 가치지표(SVI)를 조사하며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지자체 차원의 지원 제도가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무분별하거나, 무책임한 금전적 지원이 아닌 성남시의 ‘시민기업’ 제도처럼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모습을 연구하고 적합한 조건에 따라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나라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SVI평가 후 소감

사회적기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아쉬움

사회적 가치지표(SVI) 측정 참여기업들을 방문하기 전, 14개의 지표를 팀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 단순히 측정 지표 항목들을 봤을 땐 상당히 디테일하게 측정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표에 대해 고민 할수록 너무 일반화 된 지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기업을 크게 12개의 대분류와 38개 세분류로 나누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분류의 기업이라 하더라도 회사 규모, 성장단계 등에 따라 고려해야 될 부분이 정말 다양해지는데, 이러한 기업의 상황을 현재의 14가지 지표로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사회적 측정을 위한 업무 부담

제가 방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업 상황이 녹록치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의 기업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지 않고, 기업 상황을 정확히 반영 할 수도 없는 사회적 가치지표(SVI) 측정 사업이 기업에게는 그저 행정적인 짐만 주는 것 같았습니다. 만난 기업가분들이 하나같이 “다음에는 이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참여하는 기업이 받는 혜택에 비해 작성 및 증빙이 필요한 서류와 내용은 많고, 측정하는 지표는 현실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니 기업가들 입장에서는 참여할 유인이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기를 기대 받는 사회적기업과, 다양한 영역에서의 사회적 가치 측정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좋은 일과 선의가 ‘사회적 가치’라는 세상에 나갔을 때, 수치와 증빙이란 형태로 구현 되어야 한다는 걸 알았을 때, 스스로를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그 기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데요. 이는 곧 최소한의 합의를 통한 기준으로 우리가 행하는 ‘좋은 일’이 주관성에서 벗어나 객관성을 얻고 설득력을 갖게끔 만드는 과정일 것입니다.

사회적 가치지표(SVI) 측정 참여기업들을 방문하고 조사하며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긴 여정을 위해서는 조사기관에서 고민하고 판단하기 보다는 현장의 여러 기업들의 의견들이 잘 반영할 수 있는 기회(창구)가 마련되어져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사회적 기업가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여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사회가치측정(SVI) 지표가 잘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비록 아직까지 사회적 가치지표(SVI)는 수정 및 보완 될 부분이 많지만 그 목적과 필요성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지표는 더 구체화 되고 개별 기업의 상황을 좀 더 정확히 반영한 지표로 개선 될 것이라 기대해보며 글을 마칩니다.

 

참고
– 2018년 사회적가치지표 작성 매뉴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p3~11
– “성남에 ‘시민 주주기업’이 늘고 있다”, 경향신문, 2012년 1월 30일
– “성남시, 시민주주기업에 청소용역 맡겨”, 머니투데이, 2011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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