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회적경제기업 금융 문턱 낮출 평가시스템 ‘시동 걸었다’

 

[한겨레] 사회적경제기업 금융 문턱 낮출 평가시스템 ‘시동 걸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 구축 최종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날 최종보고회는 금융위원회, 신용보증기금, 한국사회혁신금융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장원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팀장,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실장, 이은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문진수 서울신용보증재단 상임이사, 전재홍 북서울신협 전무, 박향희 신나는조합 상임이사.

 

사회적기업은 자본, 인력, 경영노하우 등이 일반기업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란 인식이 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이 창업 후 3년간 생존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0.5%였다. 직접 비교하는 것에 여러 무리가 있지만 일반기업의 41.5%(통계청 기업생멸행정통계, ‘16년 말 기준) 보다 높은 생존율을 보여준다. 그럼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신용평가등급에도 이런 점이 반영될까? 대부분(71%)의 사회적기업의 신용평가등급은 B에서 CCC에 분포돼 있다. 신용등급 CCC는 채무를 갚을 능력이 보통 이하여서 거래 시 주의가 필요한 기업이란 의미이다. 생존율이 높은 사회적기업이 신용평가등급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뭘까?사회적기업을 비롯한 협동조합, 자활, 마을기업을 아우르는 사회적경제기업은 기업으로서 재무적 목표와 조합원의 편익을 추구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사회적 목표를 함께 추구하는 곳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자본과 부채비율 등 재무제표 데이터만을 다루는 기존 신용등급평가 체계로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 사회적경제기업이 금융거래에서 늘 불이익을 당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은 오랫동안 주류 금융 체제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이 겪는 신용 등급상의 저평가와 불이익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사회적경제 및 금융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사회적경제기업 특성을 반영한 평가지표를 개발해 발표했다. 올해는 이 평가모형을 수정, 보완하고 사회적경제 현장과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이 사용할 수 있는 웹 기반 평가시스템으로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구축 최종보고회’는 올해 진행된 프로젝트 내용을 소개하고 사회적경제 현장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최종보고회에서 신보는 지난해 말 개발된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지표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가중치와 수정 보완된 측정지표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현된 평가시스템의 활용방법을 소개했다.

 

일반형과 협동조합형 평가모형 개발

신보가 개발한 사회적경제기업 평가모형은 크게 ‘일반형 평가모형’과 ‘협동조합형 평가모형’ 으로 나뉜다. 협동조합형을 따로 둔 것은 조합원이 직접 출자하고, 이들의 복리를 추구하는 협동조합의 운영 목적과 방식이 일반 사회적경제기업과 차이가 있다고 본 것이다. 협동조합 세부 측정지표에서도 이들이 조합원 편익을 어떻게 지향하고 지역사회와 얼마나 협력하고 참여하는지 볼 수 있는 별도의 지표를 담았다. 이들 평가모형 모두 사회적 가치와 금융 타당성 두 개의 영역으로 나눠 평가된다. 대신 평가 가중치에서는 협동조합의 경우, 일반 사회적경제기업에 비해 조직 부합성을 10% 낮은 60%로, 금융지원을 위한 타당성을 40%로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협동조합 영업률이 다른 사회적경제기업보다 낮은 편이라 일반형보다 재무적 지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한 것이라고 박창석 신보 부부장은 설명했다.

 

사회적경제기업 평가모형(일반형 및 협동조합형) 구성 (자료: 신용보증기금)

 

신보는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사회적경제기업과 사회적 금융의 특수성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사회적경제기업뿐 아니라 사회적금융 중개기관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게 끔 웹 기반 오픈 플랫폼으로 평가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했다. 조경식 신보 이사는 “(기업 정보를 과장, 축소할 위험이 있어) 모든 기업 평가시스템은 블라인드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개발 목적은 사회적 금융이 확대되고 발전하는 데 있기 때문에 오픈 플랫폼으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신용평가를 비롯해 기존의 높은 금융 시스템 외에 사회적경제기업들이 토로하는 또 다른 어려움은 복잡한 대출 신청 과정과 서류 제출의 부담이다.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은 국세청 자료와 연계해 기업들이 공인인증을 통해 기본적인 기업 자료를 전송받을 수 있게 했다. 더불어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기업실태표도 직접 작성·입력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다. 사회적경제기업뿐 아니라 사회적 중개기관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중개기관들은 기업이 작성한 기업실태표를 토대로 평가하게 되는데, 평가항목에 따라 산정된 점수를 중개기관의 특성에 따라 사회적 가치와 금융 타당성의 평가 가중치를 자유롭게 조정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의 규모와 투자성향을 반영해 사회적경제기업에 지원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중개기관은 이를 토대로 금융 한도와 이자율도 직접 결정할 수 있다.

 

정성평가의 주관성 줄이는 방안 필요

하지만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이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날 전체토론에서는 사회적경제 현장의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진수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는 “국내 사회적경제 역사가 오래지 않아 평가모형을 산출할 시계열적 데이터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현재 평가시스템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평가 정합성 뿐 아니라, 현장 참여율을 높여 데이터를 쌓고 지속해서 보완하고 수정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스템 참여를 높이기 위해 사회적경제기업이 공공입찰에 참여할 때 사회적경제기업 평가등급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건의했다.평가의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작업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향희 신나는조합 상임이사는 “현 평가지표는 정성평가 항목이 많은데, 정성평가는 평가자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정성평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사회적경제 중개기관을 대상으로 한 평가자 교육자료나 워크숍 등 교육과정이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재홍 북서울신협 전무는 “오픈 플랫폼의 장점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으고 수렴하는 창구가 필요하다”며 “평가시스템의 실용화를 위한 운영 인력과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조만간 마련돼야 한다”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창석 신보 부부장은 “평가시스템의 안정화를 위해서 당분간은 신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평가시스템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유관기관들과 함께 협의체를 만들어 지표 보완을 비롯해 운영 구조와 예산에 대해 논의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글· 사진/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선임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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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15185.html#csidx0e574c028965cc6af50a637404bbb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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