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인] 한국 사회적금융, 퀘벡을 만나 한 걸음 더 깊이

출처: https://goo.gl/KVze1E

라이프인 공정경 기자

한국 사회적금융, 퀘벡을 만나 한 걸음 더 깊이

 

사회적금융은 뜨겁고 사회적금융 종사자들은 바쁘다. 사회적 경제에 맞는 기업평가모델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이 시점, 퀘벡 사회적금융 전문가들이 방한했다.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의 C.I.T.I.E.S(국제사회연대경제지식전수센터)는 퀘벡 연대금융 기관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사회적 경제 조직의 분석을 위한 가이드북'(이하 가이드북)을 기반으로 사회적 경제 조직 분석과 지원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지난 17~18일 사회적금융기관 실무자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번 워크숍에 참가한 전문가는 총 4명이다. 퀘벡사회투자네트워크(RISQ) 대표이사 필립 갸랑뜨, 퀘벡사회투자네트워크(RISQ) 선임 금융 애널리스트이자 가이드북 2판 공저자 피에르 샤넷, 가이드북 초판 공저자이자 사회적 경제 전략 및 협동조합 기업 투자 금융 전문가 베르나르 은두르, 국제사회연대경제지식전수센터(CITIES) 마틴 반 덴 보르 상임이사다. 모두 사회적금융 분야에서 25~30년 동안 활동한 전문가들이다.

라이프인은 지난 17일 4명의 전문가와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와의 대담자리를 마련했다. 사회적금융기관이 사회적경제기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사회적금융 파트너들은 어떻게 함께 하는지 들어봤다.

퀘벡 사회적금융 전문가들과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 한국은 주식회사 형태의 사회적경제기업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반면에 퀘벡은 사회적경제기업이라 하면 비영리단체, 협동조합만 포함하는 듯한데 퀘벡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궁금하다.

# 퀘벡에는 사회적경제기업이 있고 사회적기업(주식회사)이 있다. 사회적 경제 범주에 들어가는 기업은 협동조합, 비영리단체 형태로만 존재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조합원이나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목표’가 뚜렷하고 집단적인 소유제도이기에 부의 재분배가 훨씬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총회에서 사회적 사명을 보증하기 때문에 사회적 사명이 유지되고 보장된다. 또한 사회적경제기업은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

반면 사회적기업은 엄격한 법적 위상이 있지 않다. 사회적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이윤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이다. 결국 이윤추구가 목표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사명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사명을 가지더라도 회사발전에 리스크가 되면 그 사명을 끝까지 유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소유주가 그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궁극적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결국 ‘프로젝트를 어떻게 구상할 것인가? 프로젝트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것인가?’ 자체가 달라진다.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

# 협동조합에는 5가지 형태가 있다. 소비자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연대협동조합, 노동자주주협동조합이다. 노동자주주협동조합은 특별한 형태인데, 기업의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고 이 협동조합에 투자한다. 투자한 지분은 51%에서 100%까지 소유할 수 있고 100%가 되면 노동자협동조합이 된다. 연대협동조합은 노동자, 소비자, 후원자 유형 중 두 개 이상이 같이 이루어진 협동조합이다. 노동자나 소비자협동조합은 협동조합과 경제관계를 맺고 있다. 예를 들어 노동자협동조합의 조합원은 노동자가 되고 소비자협동조합의 조합원은 고객이 된다. 하지만 후원자는 경제관계를 맺지 않는다. 후원금을 내거나 전문성과 경험을 공유하는 식으로 협동조합을 후원한다.

모든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에 관한 법에 따라 엄격하게 규정받는다. 협동조합이 사라지면 해당 조합원에게 출자금과 이익잉여 분배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협동조합의 영속성을 위해 다른 협동조합에 이관하거나 다른 연맹에게 주게돼 있다. 협동조합은 자의적인 해체가 금지돼 있고 엄격한 틀을 벗어날 수 없는 반면 비영리단체는 지나치다 할 정도로 유연한 조직이다.

퀘벡사회투자네트워크(RISQ) 대표이사 필립 갸랑뜨

# 몇 년 전부터 퀘벡이나 캐나다에 사회적기업(주식회사)이라고 이름 붙이는 기업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고 ‘사회적’이라는 범주 안에 공존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 DNA에 사회적 사명이 있다’ 또는 ‘우리는 사회적 경제와도 다르고 일반 주식회사와도 다르지만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이윤 극대화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하나의 답보다 질문이 더 많은 상황이다. 반면 문화 분야에서는 세제상의 이유로 영리단체로 등록된 단체들이 있다.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영리단체 형태를 띠지만 실제 운영방식은 일반 비영리단체보다 훨씬 더 민주적인 절차를 따르는 단체들도 있다.

– 한국의 사회적금융기관은 2~3%의 저금리로 운용하고 있는 반면에 퀘벡사회투자네트워크(RISQ)는 이자율이 8%이다. 퀘벡 사회적경제기업이 실질적으로 상환하려면 그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하는데 어떻게 수익을 내고 사회적금융이 어느 정도 자금을 공급하는지 궁금하다.

# 회사에 따라 융자를 감당할 수 있는 회사가 있고 감당하지 못하는 회사가 있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재원조달 방식은 세 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1/3은 전통적인 금융기관에서 융자를 받고, 1/3은 준자본, 1/3은 기부금, 보조금, 자기자본금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회사는 대출을 끌어안을 수 있지만, 수익이 없는 기업은 정부 측에서 사회적 사명에 대해 자금을 부담해 준다.

# 다양한 지원 방식이 있다. 창업단계에서 다 대출을 받는 것은 아니다. 수익을 내기 힘든 초기단계에는 절반정도 보조금을 받는다. 퀘벡 정부가 여러 가지 재정 툴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 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퀘벡은 원금상환 유예기간이 3~15년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기업은 그만큼 원금상환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간접적인 지원형태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재가서비스 기업의 경우 정부가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주지 않지만 재가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소득수준에 따라 이용료를 지원해준다. 퀘벡 정부는 임업분야에 대해서 사회적경제기업에 혜택을 준 기간이 있었다. 산림협동조합이 일정 기간 동안에는 우선권을 가지고 사업을 펼칠 수 있어서 일정 기간 동안 혜택을 줬다. 덕분에 산림협동조합은 상당히 발전할 수 있었고 시장에 안착했다. 동일한 경쟁조건에서 다른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다양한 혜택을 준다.

퀘벡사회투자네트워크(RISQ) 선임 금융 애널리스트 피에르 샤렛

– ‘준자본’은 한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준자본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 준자본도 회계기준상으로는 부채라고 보면 된다. 다만 조건이 훨씬 완화된 부채로 보증이 없고 원금 유예를 할 수 있다. 준자본은 전통적 금융에도 존재하지만 드문 개념이다. 전통적 금융은 준자본을 부채로 파악한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 파트너들은 ‘사회적 경제 기업 분석 가이드북’을 작성하면서 준자본을 다르게 인식하자고 합의했다. 왜냐하면 준자본은 보증이 필요한 부채가 아니고 리스크가 다르기 때문이다. 준자본 포함부채/준자본 제외부채로 분석을 달리한다. ‘보증이 있는 부채’는 부채로 파악하고 ‘특별기금 같은 준자본’은 부채로 보지 않는다. 준자본에 따라 부채비율이 달라지고 리스크도 다르게 분석한다.

# 준자본은 원금유예 말고도 상환방식이 다르다. 기업의 이익에 비례해서 상환할 수 있다. 회사 성장 과정에 발맞추어 상환하기 때문에 기업 성장에 지렛대 효과를 준다.

– ‘사회적 경제 기업 분석 가이드북’에 따르면, 사회적경제기업을 기업의 지배구조, 이익공유, 사회적 가치, 미션 등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하던데 수많은 평가지표 중에서 어떤 것들이 실제 연체율에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퀘벡의 금융기관들은 재무적 가치 이외에 어떤 것에 가중치를 두는지 궁금하다.

# 5년 이후 기업 생존율을 보면 민간기업보다 사회적경제기업 생존율이 훨씬 높다. 생존율뿐 아니라 상환율도 높다. 수십 년이 지나서 보니 사회적 경제, 사회적 사명을 가진 기업들의 성과가 훨씬 좋으니까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이런 점을 기본값으로 둔다.

# 산술적인 명제가 있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지역적인 착근성이 이렇게 되니까 이게 성공하더라’라고 경험적으로 알기는 해도 산술적으로 ‘이게 이렇게 된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정성적, 정량적 분석이 연결돼서 수십 년간 했을 때 도출되는 거다. 평가툴로 점수를 매겨서 ‘이 회사는 합격이고 이 회사는 불합격이다’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점수표는 단지 생각의 토대다.

예를 들어 사회적금융 파트너들이 사회적경제기업 이사회의 멤버 구성을 개선해서 재무 쪽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을 때 그 부분이 잘 받아들여지는지를 본다. 제안이 잘 받아들여지면 회사가 훨씬 크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재무기준뿐 아니라 정성적인 부분까지 같이 평가한다.

사회적 경제 전략 및 금융 컨설턴트 베르나르 은두르

# 퀘벡사회투자네트워크(RISQ)는 사회적금융을 통해 어떤 사회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지 몬트리올 대학에 연구를 의뢰했었다. 그 결과를 보면 우리의 분석방법과 평가방식이 상환율을 높이고 생존율을 높이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무보증 대출은 리스크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활동에서 손실률이 15% 미만이고 회사들 생존율과 성과도 훨씬 좋다고 나왔다.

# 사회적금융 생태계가 잘 마련돼 있기에 사회적경제기업 창업단계부터 사회적금융 파트너들이 기업에 필요한 자금조달방식을 서로 협의하고, 기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서로 최고의 금융패키지를 제공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사회적금융 파트너쉽은 기업의 생존율을 보장하고, 금융 파트너들 입장에서는 서로 협의해서 부담을 나눠가지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가 완화되는 장점이 있다.

– 각각의 금융기관은 기대수익률, 위험을 바라보는 관점 등 이해관계가 다를 텐데 퀘벡의 사회적금융 파트너들은 어떻게 협업해나가나?

# 금융기관을 이야기할 때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대출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른 주체들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주체들이 있어야 리스크 부담이 완화되고 우리의 대출을 보증해준다고 생각한다.

준자본 파트너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는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재투자를 위해서 무엇을 할지 등 서로가 적극적으로 나선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다른 주체들이 한 테이블에 앉게 되면 그게 더 유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이들 중 어떤 주체라도 빠지게 되면 사회적 경제가 돌아갈 수 없다.

# 협력은 두 개 층위로 이루어진다. 프로젝트 단위로 이루어지는 실무적 협력이 있고 전략적 협력이 있다. 전략적 차원의 협력은 각 기관의 대표들, 경영진이 테이블에 앉아 새로운 상품을 협의하고, 실무적 차원의 협력은 현장의 분석가들이 해당 프로젝트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최적의 금융패키지를 만드는 협상을 한다. 손실률이 15% 미만이고 무보증 대출에 대해서 이만큼의 성과를 낸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 주체가 협상을 해서 최적의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경제연대지식전수센터(CITIES) 상임이사 마틴 반 덴 보르

– 최근 한국에서는 사회적금융이 활성화되면서 사회적경제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퀘벡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회적 경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인간관계가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시중은행들은 사회적경제기업을 재무적으로만 평가하지만 사회적금융은 동일선상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한다. 25년, 30년 사회적금융을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사회적금융이 얼마나 사람을 위하는지 느끼고 있다. 사회적금융과 인간 대 인간의 관계로 일하기 때문에 사회적경제기업 입장에서는 부채를 빨리 상환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된다.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이런 문제가 있다, 어떻게 할까’하고 지원을 요청한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문제 발생을 숨기지만 사회적금융은 그만큼 신뢰관계가 탄탄하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그만큼 투명성이 보장된다. 프로젝트가 시장에서 발전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프로젝트 중심으로 내부연대가 만들어지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내부연대가 만들어지고 확산할 때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내자본이 필요하다.

프로젝트 시작부터 진행과정 하나하나에 금융담당자가 함께 한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를 성장시켜서 행사를 하면 500km 먼 거리라도 금융담당자가 꼭 참석한다. 시중은행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사회적금융은 그만큼 사람과 사람간의 탄탄한 신뢰관계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공정경 기자  jjkong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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