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편지] 담보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금융

출처: https://goo.gl/WdMfUj

글. 이로운넷 책임에디터 백선기
사진. 이우기(사진가)

담보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금융
혁신기업의 성장을 돕는 예비사회적기업 ‘한국사회혁신금융’

 

2014년 여름 사회혁신기업가들 사이에서는 우리를 믿어주는 자본이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기업을 5년 넘게 해왔는데 필요한 시기에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너무 힘들다우리끼리라도 기금을 모아 서로 어려울 때 자금을 빌려주면 어떨까우리를 믿어주고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인내자본을 스스로 조성해보자!”

그간의 고충에 공감을 느낀 기업가들은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고소셜벤처·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 다양한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십시일반 돈을 출자해 사회혁신기금을 조성했습니다.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한국사회혁신금융의 탄생 이야기입니다.

00000000한국사회혁신금융은 종로구 장사동 아세아전자상가 3층 H-창의허브 SE:CLOUD에 입주해있다.

 

3년차를 맞은 한국사회혁신금융은 그동안 비영리법인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해 출자와 투자 규모를 계속 늘려가며 속칭 ‘아름다운 금융’을 꿈꾸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금융이란 무엇일까요?

 

혁신기업 90%가 연 1회 이상 긴급자금 필요

한국사회혁신금융이 사회혁신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기업들 90% 이상이 연 1회 이상 긴급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납품물품 구매자금과 공공입찰 참여를 위한 보증금 마련 등 회수가 가능하지만 당장 현금이 필요한 경우들입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거나 막 출발한 기업들에게 담보나 높은 신용이 있을 리 없습니다응답자의 70% 이상은 대표자 개인이 신용대출이나 특수 관계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법인으로 금융기관에서 빌릴 경우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는데다 대출심사 절차가 까다로워 내 손안에 자금을 쥐기까지 평균 한 달 이상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한국사회혁신금융 이상진 대표

 

기업이 성장하려면 사업개발이나 시설투자가 선행적으로 이뤄져야합니다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다 보니 단기간에 재무적인 안정성을 갖추기가 어렵습니다이들의 성장을 기다려주고 인내해줄 수 있는 특화된 금융서비스가 필요합니다.” _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

 

회원사 추천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신뢰 금융

이 대표는 한국사회혁신금융의 회원사들은 담보가 없거나 신용이 낮아도사회적 가치가 입증된다면 한국사회혁신금융이 운용하는 기금을 융자 받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회원사들은 업계의 평판이 좋고 그 분야에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기업들입니다대출을 받기 위해선 타 회원 2인의 추천이 필수사항으로 기업가들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용됩니다.”

00인라이튼은 한국사회혁신금융으로부터 사업개발비를 대출받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사진출처: 인라이튼 홈페이지)

 

인라이튼은 무선 전자제품의 배터리를 배터리 리필이라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재생하는 기술력을 지닌 소셜벤처입니다. 2016년 초,  배터리뉴(BETTER REnew)라는 새로운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면서 초기단계에 사업개발비 3000만 원을 한국사회혁신금융으로부터 대출 받았습니다.

“ 대출심사기간이 짧아 신속하게 처리되어 좋아요평소 서로 잘 알고 지내고 있기 때문에 신뢰가 형성돼 절차에 어려움이나 부담이 없고요.”   _ 신기용 인라이튼 대표

​인라이튼은 이렇듯 사업개발비를 마중물 삼아 중고배터리 재활용 사업뿐 아니라 고장 난 전자제품을 적정가격으로 수리해주는 업체로 성장해 서울새활용센터에 당당히 입주했습니다신 대표 역시 자신처럼 자금이 필요한 사회혁신 기업 2개사를 추천해 성장을 도와주었지요.

 

출자금 10배 이내로 최대 1억 원 대출 가능

한국사회혁신금융의 회원사는 현재 127개사로 꾸준히 늘고 있고, (예비)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협동조합·비영리단체와 중간지원기관 등 다양합니다운용기금의 규모는 회원사 출자금 약 4억 원을 비롯해 서울시 매칭 기금 약 13억 원자체 유치 투자금 약 5억 원 등, 2018년 1월 말 기준으로 22억 원에 이릅니다.

000000000000000000000000000대출심사 현장(사진제공=한국사회혁신금융)

 

회원사들은 담보나 보증 없이 최대 1억 원 한도 내에서 2년 동안 본인 출자금의 10배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대출 신청에서 집행까지 영업일 기준 최대 열흘이 걸리고 이자율은 현재 3% 수준입니다.

 

지역기금 공동·위탁 운영으로 시너지 효과 증대

서울시 광진구의 광진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이하 광사넷소속 회원사 3곳은 지난해 총 6000만 원의 융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광사넷 자체 기금은 2000만원이지만 한국사회혁신금융이 2배수로 매칭 기금 조성에 함께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현금흐름 상 목돈이 필요한데 자금을 구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일반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담보를 제공하거나 기업 신용평가가 필요하지만 사회적 기업들은 한계가 있거든요저희는 빠르면 신청 다음날 대출이 이뤄지기도 합니다올해는 회원사들의 요청에 따라 규모를 9000만원에서 1억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_박용수 광진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집행위원장

한국사회혁신금융은 광사넷을 비롯해 대구사회적경제혁신기금카톨릭사회경제연합발전기금 등을 공동·위탁 운영하며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뿐만 아니라 자조기금을 운영하는 기업들에게 IT기반의 시스템을 제공해 업무효율성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상진 대표는 전국의 자활공제기금이 45개나 있다“ 이 연합회에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상환스케줄·조합원관리·기일관리·통계분석 등을 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것이죠금융이 잘 돌아가려면 운용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이 꼭 필요합니다.”

 

부실율 0%의 비결은 철저한 사후관리

한국사회혁신금융의 누적 대출 실적은 125건에 총 32억 4400만원에 이릅니다이 가운데 3개월 이상 이자 및 원금을 연체한 비율을 나타내는 부실율은 0%인데요비결은 철저한 위험관리 체계와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및 컨설팅에서 비롯됩니다.

00000000000000사회적경제기업 재무역량 강화 워크숍(사진출처=한국사회혁신금융 페이스북)

 

가입할 때 회원 1인 추천을 통해 평판을 조회하고 대출신청 시 회원 2인의 추천을 받는 동료 평가가 이뤄집니다이후 재무전문가를 통한 재무역량 평가와 선배 사회적기업가들과 대면 인터뷰그리고 사후 비정기적인 만남으로 채권을 관리합니다.

이 대표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쓸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동료 또는 선배 기업가들과의 인터뷰과정과 컨설팅 등을 통해 기업의 사업역량을 키우고 기금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합니다.”

지난 12한국사회혁신금융은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2018년도 중소기업 정부지원사업 요점 정리 교육을 진행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000000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한 2018 중소기업 정부지원사업 요점 정리 교육(사진제공=한국사회혁신금융)

 

사회적기업에 특화된 경영지도사가 꼼꼼히 설명해줘서 큰 도움을 얻었습니다구상 중인 신사업을 어떻게 준비할까 막막했는데 올해의 키워드와 노하우 등을 많이 전수받았습니다.”  _송윤일 아트임팩트 대표

 

제도권 금융의 신뢰 파트너 역할

이상진 대표는 “한국사회혁신금융이 자조기금의 성격에서 탈피해 제도권 금융의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도권 금융이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해도 현재는 기업을 평가할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습니다이를 위해 현장과 사회적 경제 기업들을 잘 알고 있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00000000000000동작신협과 업무협약(MOU) 체결 (사진출처=한국사회혁신금융 페이스북)

 

동작신용협동조합은 지난해 한국사회혁신금융과 MOU를 맺고 약식심사를 통해 총 7개 기업에 45000만 원의 상생협력대출을 시행했습니다한국사회혁신금융이 작성한 대출심사정보를 참고해 신속하게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이 대표는 한국사회혁신금융의 경우 불과 몇 십억 규모로 운용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동작신협 같은 규모 있는 제도권 금융과 협업해 서로 윈윈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사는 좋은 기업을 발굴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발굴의 수고를 더는 거고 저희는 스스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우니까 동작신협 추천을 통해 그 자금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 개발 시급

 

00000000000000000000000재무·금융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사회혁신금융 직원들

 

한국사회혁신금융은 사회적금융이 제도권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고 보고 이를 위한 평가시스템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나 평판 가치를 어떻게 객관화시킬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이 대표는 사회적금융이 커질 수록 시스템을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대출이나 심사체계를 고도화하는 게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많은 데이터를 끌어 모아 어떤 지표들이 금융거래에 유의미한 것인지 혹은 가중치를 둘 것이지를 분석해야합니다한국사회혁신금융은 이를 위해 현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8일 대대적인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앞으로 5년간 단계적으로 3000억 원 수준의 사회적가치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이 땅에 사회적기업이 탄생한 지 11어렵사리 모아진 자금들이 허투루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그 자리에 사회적금융기관으로서 한국사회혁신금융이 꿋꿋이 자리매김하고 제 역할을 해내주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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