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쿱 포커스] 사회적 금융의 핵심, 협동금융과 지역금융

출처: http://icoop.coop/?p=7981413

icoop 생협 기고

한국사회혁신금융(주) 이상진 대표, 2017.08.30

사회적 금융의 핵심, 협동금융과 지역금융

 

사회적금융은 사회문제를 개선하고 사회적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해 사회적경제조직과 사회적경제 관련 사업에 투자·융자·보증 등을 통해 자금의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추구하는 금융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국내 사회적 금융발전단계는 초기단계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따라 거래가 일어나는 금융시장이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자금 수요자인 사회적 경제기업들의 현금창출역량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겠지만, 어차피 산업 초기에는 시장을 조성해 나가는 자금 공급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국내 사회적 금융 생태계를 살펴보면 민간 사회적 금융회사는 소수만 존재하며, 이들의 자금 공급력은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앙정부 및 지자체가 주요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현황 및 한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소기업,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꼽을 수 있으며, 중소기업기본법, 소상공인 지원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회적경제기업은 이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지 않은 초기 사회적 경제기업들은 정책자금을 이용하기 어려우며, 일정 매출 수준 이상의 성장기 기업들에겐 대출한도가 낮기 때문에 충분하지 않다. 또한, 정책금융의 대부분이 영리 및 수익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만 지원하는 한계점이 있다. 이에 비영리 사회적 경제기업이 놓여 있는 재원조달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서울시, 화성시, 성북구 등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 및 운용하고 있다. 2012년, 약 557억원 규모로 조성한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는 Fund of Fund로서 중요한 자금 공급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손의 책임을 재융자를 수행하는 소매금융기관에 전적으로 전가하고 있고, 수행기관 선정에서 자금운용까지 보수적으로 운용하다보니 민간 사회적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

셋째, 상호금융기관인 신용협동조합도 사회적 경제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상생협력대출’이란 별도의 신용대출상품(5천만원, 대출기간 5년)을 만들어서 운영중이다. 그러나 일부 단위 신협에서만 취급하고 있으며, 고액 대출은 시중은행처럼 담보 또는 보증을 요구하고 있어 자산규모가 작은 사회적 경제기업들이 이용하는 데 제약이 있다.

넷째, 소셜벤처에 지분투자를 주로 하는 임팩트 투자도 사회적 금융의 중요한 영역이다. 다만 구조적으로 자금을 회수할 만한 방안(거래소 등록, M&A, 후속투자 등)이 제한되다보니 임팩트투자 활동이 활성화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 주도의 사회적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 사회적 금융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우선 한국 사회는 정부의존형 사회에서 상부상조의 자립형 사회로 변화함으로써 사회의 자기복원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회혁신이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혁신의 중요한 주체인 사회적 경제기업들은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공동의 자본을 조성하여 공동체 이익과 발전을 위해 운영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자조기금, 공제기금 등의 협동금융이 활성화 되는 과정에서 민간의 역량이 강화되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적 금융시스템이 발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지역은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참여를 통한 혁신이 벌어지는 공간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의 주체이며, 복지의 수혜자인 지역주민 스스로가 경제 및 복지행정에서 자기결정권을 확대하는 것, 이것이 지역차원에서 새로운 혁신의 기반이 된다. 따라서 지역의 사회적 경제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지역기금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형은행들이 여신(與信)의 일정 부분을 낙후지역에서 활동하는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에게 제공하도록 했던 지역재투자법(CRA), 지역금융기관 지원을 위한 지역개발기금(CDFI)펀드 설립, 지역투자자 세금감면 조치 등을 통해 지역금융을 활성화시킬 수 있었는데 우리도 이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사회혁신기금’이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이 기금은 긴급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경제기업들이 협동을 통해 필요한 자금수요를 충족하고자 기업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조성되었다. 회원사들의 추천을 통해 진정성 있는 사회적 기업가들이 참여하였고,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이 꾸준히 늘어나 현재 참여기업은 120여개로 확장되었다. 뜻있는 기업들은 자금조달이 어려운 다른 기업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출자하였고, 자금을 이용하는 기업들은 기금의 목적에 공감하고 서로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였다. 대출 신청 기업은 동료 기업들과 사업 현황을 공유하면서 상호 추천을 통해 신뢰를 축적했으며, 사업경험이 풍부한 기업가들은 대면인터뷰 과정에 심사위원이자 자문으로 참여하여 사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16억원 이상(90여건)의 대출을 실행되는 과정에서 부실율 0.2%라는 놀라운 실적을 낼 수 있었다. 이것은 현장의 사회적 기업가들과 금융전문가들의 모여 사회적자본 조성을 위해 치열하게 논의하였고, 모두가 자발적으로 뛰어다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울러 사회혁신기금 운영기관인 ‘한국사회혁신금융’은 청년연대은행 토닥, 자활공제협동조합연합회 등 타 자조기금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금관리시스템을 제공하면서 연대금융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광진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가톨릭사회경제연합, 대구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등 지역 내 당사자 조직들과 협업하여 지역기금을 조성 및 운영중이다. 부산, 광주에서 사회적 경제조직 스스로 기금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지역금융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협동금융, 지역금융을 통해 민간 주도의 사회적 금융생태계를 조성하는 중요한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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